고려대학교 문화유산융합학부 전시「충절: 시대를 잇다 - 지켜온 마음, 이어갈 약속」
  • 작성일 2026.06.19
  • 작성자 문화유산융합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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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학,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로 확장될 때 생명 얻는다




[이재민 칼럼] 역사, 어떤 태도로 해석하고 전달할 것인지가 중요. 저서 '세종인물여행'에서 출발한 고려대 행사 주목할 필요 있어


출처 : 세종의소리(https://www.sjsori.com)



'세종인물여행'에서 지역으로 이어준 고려대 전시 모습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역사와 문화자산을 다루는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랐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은 역사적 상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표현이 얼마나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 역시 콘텐츠가 역사적 상징을 다룰 때 어떤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를 묻게 했다. 문제는 단순히 고증이 맞느냐 틀리냐에만 있지 않다. 역사를 오늘의 콘텐츠로 불러올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떤 태도로 해석하고 전달할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역사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지역의 인물과 사건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꺼내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그것은 단순한 소재 활용이어서는 안 된다. 한 지역이 자신의 기억을 어떻게 이해하고, 시민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모르고 쓰면 상처가 되고, 가볍게 쓰면 왜곡이 되며, 어렵다고 외면하면 기억은 사라진다.


이 질문 앞에서 최근 고려대학교 문화유산융합학부에서 진행한 전시 「충절: 시대를 잇다 - 지켜온 마음, 이어갈 약속」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는 세종지역학센터가 발간한 『세종인물여행』에서 출발했다. 『세종인물여행』은 세종에서 태어났거나, 세종과 깊은 인연을 맺었거나, 세종이라는 공간을 통해 다시 읽을 수 있는 역사 인물들을 발굴하고 기록한 책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 책이 단순한 기록물을 넘어 새로운 콘텐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시는 지난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세종시립도서관 지하 1층 로비에서 열렸고, 3일 동안 약 700명의 시민이 전시장을 찾았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의 문화유산융합학부와 관련 연구·교육팀이 함께했고, 세종지역학센터와 세종시립도서관도 협력과 지원으로 참여했다. AI 생성 영상, 3D 프린팅 전시물, 게임형 콘텐츠, 체험 프로그램이 결합되면서 지역사를 단순히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보고 체험하는 전시로 구성되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과 어린이들이 전시물을 만지고, 영상을 보고, 학생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장면은 지역사가 더 이상 어려운 글자와 연표에만 머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책 속의 인물과 사건이 전시의 언어로 다시 배열되었다는 점이다. ‘고려, 나라를 지키다’, ‘조선, 의리를 지키다’, ‘이제 독립운동가!’와 같은 주제는 세종의 인물을 단순히 시대순으로 나열하지 않고, 충절과 책임, 공동체의 가치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다시 읽어낸 결과였다. 지역의 인물은 이름만 기억한다고 살아나지 않는다. 그 인물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해석될 때 비로소 현재의 언어가 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대학 교육과 지역사회가 만나는 방식에 있다. 학생들은 SEMO Class 수업 과정에서 세종 지역의 역사 인물과 사건을 조사하고, 이를 AI 영상, 3D 프린팅, 게임형 콘텐츠,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로 기획·제작했다. 강의실에서 이루어진 학습이 실제 전시 기획과 시민 참여형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졌고, 이 성과는 SEMO Star K 대상 수상으로도 연결되었다.


이 과정은 지역학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지역학은 단순히 자료를 모으고 책을 내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기록된 자료가 누군가의 수업이 되고, 학생들의 해석을 거쳐 전시가 되며, 다시 시민의 체험으로 돌아올 때 비로소 그 역할을 다한다. 그 기록이 읽히고, 다시 해석되고,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로 확장될 때 지역의 지식은 생명을 얻는다. 이때 디지털 기술은 지역학의 내용을 시민에게 더 가까이 전달하는 매개가 된다. AI 영상이나 3D 프린팅, 게임형 콘텐츠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세종의 역사와 인물을 조금 더 친근하게 만나도록 돕는 도구다. 어려운 역사 지식이 눈앞의 체험으로 바뀌고, 책 속의 인물이 시민의 손끝과 발걸음으로 다시 만나는 과정이야말로 이 전시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



『세종인물여행』은 세종의 인물을 찾아 떠나는 책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여행은 책 밖으로 이어졌다. 책 속 문장이 대학의 수업에서 다시 읽히고, 학생들의 손을 거쳐 영상과 전시물, 게임과 체험 콘텐츠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도서관 로비에서 그 인물들을 다시 만났다. 책에서 전시로, 기록에서 경험으로, 지역의 자산에서 콘텐츠로 이어진 흐름이었다. 역사를 콘텐츠로 만든다는 것은 과거를 예쁘게 포장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를 오늘의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여러 논란이 보여주듯, 역사와 문화자산을 다루는 일에서 중요한 것은 소재의 새로움보다 해석의 태도다. 이번 전시는 그 번역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세종인물여행』에서 시작된 여행은 이제 책 밖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기억이 해석되고, 교육되고, 체험되는 흐름 속에서 지역학은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그 흐름이 계속될 때, 세종은 자신을 설명하는 더 많은 이야기를 갖게 될 것이다.


출처 : 세종의소리(https://www.sj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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